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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농어민신문]‘리빙랩 사업’ 이후…울산 북구 우가마을이 달라졌다

  • 담당부서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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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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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우가마을에서 어촌형 리빙랩 사업 성과 공유 간담회가 열렸다.(사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하드웨어 중심 '어촌뉴딜300사업' 탈피

현장포럼 36회 개최, 800여명 논의 참여

지역특산품 '돌미역' 상품화 등 성과



“주민들이 무슨 회의를 또 하느냐는 말을 많이 했죠. 어렵게 마을사업을 논의해 온 만큼 주민 소득이 늘고 마을이 활기를 띠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울산광역시 북구 우가마을에 어촌형 리빙랩(Living Lab) 사업 참여자와 전국 어촌마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기태 우가어촌계장은 3년여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어촌뉴딜300 사업에 처음 적용했던 리빙랩 실증사업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2021년 해수부는 어촌뉴딜300 신규 대상 지역 60개소 중 3개소(전남 여수시 유촌항,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 울산 북구 우가항)를 선정 리빙랩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어촌뉴딜300 사업 추진 기간 행정기관과 전문가들이 주민과 밀착해 마을 문제를 진단하고,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날 우가마을 리빙랩 사업을 주도한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어촌연구부장은 “우가항 어촌현장포럼 횟수를 세어보니 36번에 걸쳐 진행했고, 참여 인원은 800명 가까이 됐다”며 “시간도 계산해보니 106시간을 논의했는데, 많지 않아 보여도 그동안 연구 경험에 비춰보면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썼던 지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빙랩은 △전문가 컨퍼런스 △워킹그룹 △지역협의체를 운영하며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어촌현장포럼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이행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박상우 부장은 “왜 이 마을사업은 하면 안 되는지, 이 사업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들이 리빙랩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대게는 건물을 먼저 지어 놓고 운영 방식을 논의하는데, 이곳에선 건물을 짓기 전에 조직과 운영 방식을 충분히 협의해 정했다는 게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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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어촌계장과 김부자 영어조합법인 대표가 돌미역 가공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우가마을은 79가구 140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어촌계원 31명 중 7명은 이번 리빙랩 사업 과정에서 뜻을 모아 우가영어조합법인을 만들었다.


김기태 어촌계장은 “처음엔 방파제를 높이거나 마을 시설을 개선하는 데만 주민들이 관심을 가졌는데 회의를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는 요구가 생겨났다”며 “다 할 수는 없고,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마을의 특산품인 돌미역을 상품화하고, 해녀체험 관광 상품을 운영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가마을 돌미역은 어촌계원이 각자 채취, 건조, 판매해 왔다. 지금은 돌미역 가공시설을 갖추고, ‘울산 우가 돌미역’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화했다. 또 전남 무안 도리포 곱창김(담미소)과 콜라보 제품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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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어촌계에서 영어조합법인을 만들어 생산한 우가 돌미역.(사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김기태 어촌계장은 “지금까진 각자 집에서 돌미역을 만들어 놓으면 상인들이 헐값에 사가거나 대구 서문시장에 직접 가 팔기도 했다”며 “아직 매출이 본격적이진 않지만 상품화를 해 놓고나니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박준규 지역공간연구소 다온 대표는 “보통 마을개발사업을 하면 컨설팅업체가 상품화해 주민들이 팔 수 있도록 세팅해 주는데, 우가마을은 브랜드 디자인부터 네이버스토어 개설이나 콜라보 제품 기획까지 모든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했다”면서 “마을사업 컨설팅을 해보면 이해관계가 다 달라 주민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나오곤 하는데, 리빙랩을 통해 많은 시간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방향성이 정해졌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가항 어촌뉴딜300 사업을 시행한 한국농어촌공사 울산지사 최규원 차장은 “어촌뉴딜 사업은 하드웨어 중심이다 보니 리빙랩 사업과 부딪힌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며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의 방향성을 찾게 되고 지속 가능한 어촌마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울산 북구청 농수산과 박유하 팀장도 “리빙랩 사업에 참여하면서 하드웨어 사업보다 더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북구청에서도 할 수 있는 지원은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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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이 우가마을 리빙랩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간담회에선 다른 지역 어촌마을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보탰다. 화성 백미리 어촌체험마을 이창미 사무장은 “여기서 끝날 게 아니라 해녀들이 끓여 준 미역국을 먹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더 오지 않을까요”라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노력 여부에 따라 마을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양성 부산 동삼어촌계장은 “우리 마을도 일부 출자를 받아 주식회사를 만들었는데 법률적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리빙랩 사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계속 이어지도록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주 동삼어촌계 사무국장은 “전국에 있는 어촌체험마을 사무장들의 권익과 사기진작에도 해수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그래야 사무장들이 힘을 갖고 견인차 역할을 하며 어촌 주민들과 화합해 발전해 나가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또한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행정이나 회계관리, 법무 시스템이 마련돼 어떤 마을이라도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가면 사후관리가 되게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순호 목포대학교 명예교수는 “어촌마을 개발을 위해 건물 짓고, 소득 창출하는 것이 다 마을 주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함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마을 공동체를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라며 “그리고 이 마을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와서 이 마을을 지탱해 줄 것인지 길게 내다보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은 “어촌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투자도 필요하지만 어촌현장에서 주민주도로 문제를 발굴하고 직접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어촌형 리빙랩 방식’이 준비된 어촌을 만들 수 있다”면서 “시범적으로 추진했던 3건의 리빙랩 운영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어촌주민, 지자체, 용역기관 등이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어촌형 리빙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더 많은 어촌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